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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4

ㅡ서툰 시 - 은사님 퇴임 문집에 수록된 에피소드와 축시 중학교 2학년, 방과 후 문학반 수업 때였다. 태풍이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유독 바람이 휘몰아쳤다. 학교 운동장 은사시나무가 실연한 여인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고,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었는데, 선생님은 한참 동안 말없이 창가에서 바깥 풍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툭 내뱉으시는 한 마디. - "시다! 이게 시야!" 그 문장을 발음하셨을 때의 어투와 뉘앙스.....그 삐딱한 멋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5살, 어린 소녀에게 시가 처음으로 찾아온 날이었다. 그러다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나는 점점 시를 잊은 사람이 되었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잊은 채 어딘가 삐딱한 목사가 되었다.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문득 선생님.. 2023. 2. 11.
총회 회보 기고문-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 기장총회 22-9,10월 회보 기고글 부족한 글이지만 내 말로 정리할 수 있는 것에 감사! 2022. 10. 13.
새가정사 8월호 기재, 페미니즘 문학소개-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1. 들어가며 2016년 발표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의 출산과 교육, 취업, 결혼의 전 과정을 통해 한 여성이 가정과 직장 내에서 겪어야 하는 불공정과 차별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학이라는 것은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이기에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현대 페미니즘의 의미와 방향성을 되짚어 소개하고자 한다. 2. 견고한 성 역할과 불평등 작품 속 주인공인 김지영은 작은 홍보대행사에 다니다가 출산과 동시에 퇴사한 34세 주부이며, IT 계열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 유치원을 다니는 딸과 함께 산다.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주말에도 가끔 일을 나가고 김지영은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지영에게 해리 장애가 나타나고, 작가는 억압.. 2021. 8. 6.
윤동주 다시 읽기 (새가정사 문화 쌀롱 9월 원고) 9월, 무더운 여름을 담담히 지나고,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라고 다짐하는 시인처럼 가을에는 더욱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깊어질 수 있을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것은 문학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시(詩)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그 짧은 자간과 행간 사이에서도 우리에게 많은 감명을 준다. 물론 어렵고 낯선 것이 시문학이지만, 이번 ‘문화 쌀롱’에서는 보다 낯익고 친숙한 ‘윤동주’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 윤동주의 시는 누구나 다 한번쯤은 접해 보았으리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 아는 시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삶에 자리에 따라 시의 메시지가 변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나의 경우, 좋.. 202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