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73

싸리꽃 이야기 싸리꽃이 필 때 쯤이면 생각나는 이야기 나는 보릿고개를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떤 흔적처럼 이 이야기가 떠올라 나눈다 몇해 전부터 가물어 쌀을 먹지 못해 젖동냥이나 해야하는 다섯살 아기가 있었다. 엄마를 볼 때마다 말은 못하고 배고파 우는 아이 그 아이가 울때 마다 아이를 엎고 싸리꽃을 보여준다 이게 쌀이야 이게 밥이야 아이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지 울음을 그치고 새근 새근 긴 잠에 든다 2024. 4. 12.
갈증 누군가 여기서 도망가자고 말했다 인간적으로 꽤나 좋아했던 이다. 끝을 알고 많은 이가 다칠 걸 알기에 결국 거절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오래된 내 진심을 자신의 존재 확인만을 위해 이용하는 개차반.. 있잖아 넌 그 자만감에 서서히 말라 비틀어지고 말거야 타들어가 바짝 재로 바스라질거야 사랑에 죽을 때까지 목말라 하면서 자유롭지도 않은데 자유로운 척하면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깊은 괴리를 느끼며 하루 하루 지리멸렬한 기분에 괴로워하면서 오랫동안 존경심을 표했던 내가 한심하다. 다신 오지마. 2023. 2. 23.
졸업 나는 이곳에서 글 앞에 서서 순수하게 내가 되는 법과 사람의 안부를 묻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헤아림의 둑이 깊어짐에 이 졸업의 의미를 둡니다 고맙습니다.💕 2023. 2. 16.
로드 킬 - 상상력 노트 로드 킬 * 운전을 하다가 언젠가 죽어가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 친 적이 있다.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이라 나 또한 그 아이를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앞섰던 것 같다. 나는 피하지 못하고 깜깜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반사된 그 고양이의 눈을 보았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그 일을 애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필을 잡았다. 내 손가락 안에서 연필은 회전했고 회전하는 연필 끝으로 까마귀가 날아와 빙빙 도는 것이었다. 까마귀는 아까 죽어가는 고양이 위에서 그것이 자신의 먹잇감이라며 영역을 지정하는 듯했고, 나 또한 그 까마귀처럼 고양이를 이용해 겉으로는 애도이지만 속으로는 어떤 시어를 먹어볼까 궁리하는 것이었다. 마치 김기택 시인의 「사진 속의 아프리카 아이 2」에 독수리가 아이의 살점을 노려.. 2023. 2. 13.
유령의 서커스 - 상상력 노트 유령의 서커스 * 시집을 읽다 보면 간혹 유령의 존재로 시를 창작한 것을 볼 수 있다. 대개 유령은 분위기가 음산하고 스산한 곳에서 많이들 나오곤 한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굳이 유령을 폐허 가운데 외롭게 놓아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유령에게 또 다른 분위기를 부여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다면 유령은 뭐야 라고 묻는다면, 유령은 존재를 갈망하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그려놓고 여기 좀 봐줘 라고 장난치는 투명한 것들이다. 그 의도가 모순이 없이 너무 순수하지 않은가? 그래서 흉물스럽거나 깜짝 놀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한 애처롭게 바라볼 필요도 없다. 이들은 그저 발랄한 서커스를 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 살다보면, 사람 상대.. 2023. 2. 13.
르르의 마을 - 상상력 노트 르르의 마을 * 얼마 전 시를 쓸 때, ‘우르르’라는 단어를 썼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 ‘르르’ 라는 단어가 너무나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르르’로 끝나는 단어가 무엇이 있을지 사전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르르’로 끝나는 단어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부사(副詞)였다. 심지어 동화책도 있었다. 나는 이 ‘르르’를 의인화 하고 싶었다. 내 이름도 부사인데 이렇게 ‘고유명사’로 살아있으니 무엇인가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 ‘르르’들이 사는 마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 그 마을에 사과(부사) 축제가 열린다는 설정으로 마을 이장이 이 발랄한 ‘르르’들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이 ‘르르’들은 모두 이름은 같지만 각기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가씨 가치씨 갸씨 거치씨 고씨 까치.. 202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