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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7

졸업 나는 이곳에서 글 앞에 서서 순수하게 내가 되는 법과 사람의 안부를 묻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헤아림의 둑이 깊어짐에 이 졸업의 의미를 둡니다 고맙습니다.💕 2023. 2. 16.
로드 킬 - 상상력 노트 로드 킬 * 운전을 하다가 언젠가 죽어가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 친 적이 있다.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이라 나 또한 그 아이를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앞섰던 것 같다. 나는 피하지 못하고 깜깜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반사된 그 고양이의 눈을 보았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그 일을 애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필을 잡았다. 내 손가락 안에서 연필은 회전했고 회전하는 연필 끝으로 까마귀가 날아와 빙빙 도는 것이었다. 까마귀는 아까 죽어가는 고양이 위에서 그것이 자신의 먹잇감이라며 영역을 지정하는 듯했고, 나 또한 그 까마귀처럼 고양이를 이용해 겉으로는 애도이지만 속으로는 어떤 시어를 먹어볼까 궁리하는 것이었다. 마치 김기택 시인의 「사진 속의 아프리카 아이 2」에 독수리가 아이의 살점을 노려.. 2023. 2. 13.
유령의 서커스 - 상상력 노트 유령의 서커스 * 시집을 읽다 보면 간혹 유령의 존재로 시를 창작한 것을 볼 수 있다. 대개 유령은 분위기가 음산하고 스산한 곳에서 많이들 나오곤 한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굳이 유령을 폐허 가운데 외롭게 놓아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유령에게 또 다른 분위기를 부여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다면 유령은 뭐야 라고 묻는다면, 유령은 존재를 갈망하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그려놓고 여기 좀 봐줘 라고 장난치는 투명한 것들이다. 그 의도가 모순이 없이 너무 순수하지 않은가? 그래서 흉물스럽거나 깜짝 놀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한 애처롭게 바라볼 필요도 없다. 이들은 그저 발랄한 서커스를 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 살다보면, 사람 상대.. 2023. 2. 13.
르르의 마을 - 상상력 노트 르르의 마을 * 얼마 전 시를 쓸 때, ‘우르르’라는 단어를 썼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 ‘르르’ 라는 단어가 너무나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르르’로 끝나는 단어가 무엇이 있을지 사전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르르’로 끝나는 단어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부사(副詞)였다. 심지어 동화책도 있었다. 나는 이 ‘르르’를 의인화 하고 싶었다. 내 이름도 부사인데 이렇게 ‘고유명사’로 살아있으니 무엇인가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 ‘르르’들이 사는 마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 그 마을에 사과(부사) 축제가 열린다는 설정으로 마을 이장이 이 발랄한 ‘르르’들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이 ‘르르’들은 모두 이름은 같지만 각기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가씨 가치씨 갸씨 거치씨 고씨 까치.. 2023. 2. 13.
220602 일기 새벽예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차를 돌려 내장산으로 향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산으로 향하는 길은 엄마에게 달려가는 길 같아서 좋다. 능선과 능선을 따라 눈길을 내면, 바람이 일랑이고 그 소리에 놓이는 마음들..... 특별히 오늘은 내장호수의 윤슬을 보고 싶었다. 반짝이는 은은한 일을 배우러 말이다. 초록 고양이 등 사이 흰 분필로 깊은 선을 그어 나가듯, 아주 천천히 차를 몰고 나는 더욱 우거진 산으로 향한다. 고양이 털 속 아무도 모르는 곳에 다다르면 청단풍 마을이 나오는데 창문을 내려보면 계절을 새로 내느라 파랗게 부은 손가락들이 겹겹히 쌓여져 있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손들을 느끼게 된다. '나도 너희처럼 새 계절을 낼 수 있을까?' 내장호에 다다르고 어제 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2022. 6. 2.
김연덕 , <<액체 상태의 사랑>>의 247쪽 김연덕 시인의 시간 에세이인 의 247쪽에 나온 2022년 2월 22일의 일기는 연덕 시인이 정읍에 내려와 나와 지내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정읍에서 마련한 낭독회 일정을 마치고 그녀를 차에 태워 하룻밤 지낼 생각이었다. 교회 마당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에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싸락 싸락 눈이 왔다. 나는 눈이 오는 차안에서 그녀에게 '봄눈이네요. 봄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새계절이 오기 직전에 내리는 눈이니까요.' 라고 했다 가로등 빛에 무너져 내리는 눈을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즐기고 집에 돌아와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실은 그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단다. 그 말을 하자마자 봄눈을 머금었던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 액체 상태의 무결한 사랑이 내렸다. 나도 그.. 2022.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