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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회귀의 일상

by noobim 2020. 1. 14.

회귀의 일상

 

1. 불귀천

 

나는 그 해 서른 다섯 해 를 살았고, 

그 만큼의 후회와 더러는 많은 이를 그리워했다. 

빠른 시간을 사는 동안에는 

그 그리움과 후회가 지나가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졌으나

여전히 아직 그곳에 남아 있었다. 

그러한 날들 가운데 사람들은 빠르게 전진하며 하루를 사는 것처럼 보여졌지만,

달리 보면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회귀의 과정들이다. 

 

생(生)과 사(死)가, 사(死)와 생(生)이 공존하는 

나와 너의 하루를 가만히 바라보라.

 

시계가 돌아간다

바퀴가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간다

잠자리로 돌아간다

혹은 누군가가 다시 돌아가다

 

결국 이러한 돌아감의 하루이다.

 

이러한 회귀의 한 토막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 본 적이 있다. 

 

잠을 자고 그 아침이 다시 돌아왔고

쥬스 믹서기의 악갱이들이 모터를 통해 돌아갔으며 

그 산비탈을 돌아 

마찬가지로 나의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이 돌아감의 과정을 다 완수하지 못했던 때에도

결국 돌아가지 않았던 것은 없었다.

마지막 산비탈 길에서 무엇인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타던 차가 돌아갔으며 

내 몸도 허공에 돌아가고 내 뇌리에는 영화의 필름과 같이

그 동안의 그들이 이들이 돌아가고 

나는 이내 천상병 시인의 시가 생각났던 것 같았다.

 

'귀천-나 하늘로 돌아가리'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 돌아왔으니

불귀천이었으리라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은 

나의 일상도 또한 하늘도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서러운 뜻이었다.

 

정지된 연옥이었고,

다시 태어나려던 니고데모와 같은 날들이었다.

 

2. 불청객

 

그 날들은 바위가 박혀있는 계곡에서처럼

물들이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연옥에서는 현세에 있는 사람들의 기도로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먼저 간 자들의 운명을 거스르고,

다시 태어나려던 니고데모는 예수를 만나

지금의 생을 거슬러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들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불청객을 대면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러한 불청객이 있었다. 

참으로 불편한 불청객 말이다. 

 

그 불청객과의 만남은 항시 의도치 않은 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하찮은 존재의 의미를 위한 것이니 아파도 참을만 했다.

 
-다음화는 추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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