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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새가정사 8월호 기재, 페미니즘 문학소개-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by noobim 2021. 8. 6.

1. 들어가며

 

2016년 발표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의 출산과 교육, 취업, 결혼의 전 과정을 통해 한 여성이 가정과 직장 내에서 겪어야 하는 불공정과 차별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학이라는 것은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이기에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현대 페미니즘의 의미와 방향성을 되짚어 소개하고자 한다.

 

2. 견고한 성 역할과 불평등

 

작품 속 주인공인 김지영은 작은 홍보대행사에 다니다가 출산과 동시에 퇴사한 34세 주부이며, IT 계열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 유치원을 다니는 딸과 함께 산다.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주말에도 가끔 일을 나가고 김지영은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지영에게 해리 장애가 나타나고, 작가는 억압되었던 이 시대의 여성의 심정을 대변하듯 김지영에게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덧대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또한, 김지영의 삶을 돌아보면, 금방 지은 따뜻한 밥을 아버지, 남동생, 할머니 순으로 먹는 것이 당연했고, 초등학교 학교 급식에서도 남학생이 먼저 배식을 받고 난 후 여학생들이 배식을 받는 게 순리였다. 여학생들의 교복은 반드시 무릎을 덮어야 하고 한겨울에도 스타킹에 구두를 신어야 해서 발이 시려 울고 싶었다고 한다. 이러한 차별로부터 기인하는 불편함은 김지영의 어머니에게서도 보여진다. 불평등의 대물림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한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된 일이 아니며, 여성 역할의 암묵적인 사회적 관습이 만들어낸 억압이지 않을까에 대해 우리는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3.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김지영은 홍보대행사에 다니면서 일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핵심부서인 기획팀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결국 남자 동기 두 명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 이유는 기획팀의 일들은 장기 프로젝트이고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에는 여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직장 내 ‘유리 천장’은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한국의 경우,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으로 OECD 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김지영이 느끼는 이 보이지 않는 벽이 비단 소설 속의 것만은 아니다. 여성으로서 자질과 능력 이외에 결혼 여부, 출산, 육아라는 개인적인 환경까지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회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필자 또한 처음 사회에 발을 내밀었을 때는 ‘이러한 것이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많은 밤을 지냈어야 했다. 하지만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주변의 김지영들은 그 벽을 포기하거나 혹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의 심정으로 엄마와 아내로 그리고 한 조직 구성원의 이름으로 어디선가 존재한다. 자신의 이름을 지우면서까지, 미안한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말이다.

 

4. 임신·출산과 육아로 인한 갈등

 

많은 이들이 현저하게 줄어든 대한민국의 출산률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이것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여성들이 임신과 육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요즘 흔히 말하는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자를 일컫는 요즘 말)’에 대한 두려움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인간의 존엄이라는 관점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저해하고 여성의 커리어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임신으로 고귀한 생명 탄생을 기뻐하는 것은 잠시일 뿐, 출산과 육아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저해하고 오히려 직장 생활의 위협이 되거나 경력 단절로 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며 페이지를 넘길 때, 왜 무딤으로 단련된 감정만이 남았던 것일까?

결혼은 왜 하지 않고, 왜 아이는 낳지 않느냐고, 첫째를 낳고 나면 둘째는 언제 낳을 것이냐고, 딸아이 말고 아들을 낳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선을 넘는 훈수들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5.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차별

 

『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여성 독자들은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공분을 사는 일 또한 생겨났는데 그것은 남편 정대현의 목소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역차별이라는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또한, 72년생, 62년생 김지영에게는 82년생 김지영이 극단적인 상황의 연출로 모든 세대를 아우를만한 공감을 저해한 부분이 작품 속에서 나타난다. 생각해보면, 김지영이 누리는 여러 사회적 혜택들은 72년생, 62년생들이 누려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그들이 육아로 학교와 직장을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니며 이뤄낸 성과라는 것을 배제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6. 나가며

 

페미니즘은 젠더 대결이라는 양상으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근본적인 남녀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제도의 개선과 사회 통념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디 페미니즘은 남녀 차별을 없애고 서로 동등함을 추구하는 데서 시작하였다는 것을 염두해 본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식의, 우위에 서고자 하는 개념은 지양해야 한다. 이제는 여성이 차별의 피해자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욕구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결 구도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이 아닌, 연대의 관계로 성숙하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 문헌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년.

 

※참고 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유리 천장 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