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0 내가 널 샀어 내가 널 샀어 아니라고?내 지인 논문도 대필했잖아.대필해서 쏠쏠했지 뭐대박. 교수 안된게 얼마나 다행이야.참 다행이다. 2025. 6. 14. 어제 너를 보았어 - 한 페이지 소설 오랫동안 그리워 하던 풍경이 하나 있다. 그곳은 맑은 호숫가이고 겨울이 되면 꽁꽁 얼은 표면 위에 흰 눈이 덮혀 마치 카이를 찾는 게르다*의 여정길을 옮겨놓은 듯 하였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회자되는 이곳의 풍경은 단풍이 피어야 비경이라 하지만 내 생각은 달리 그곳의 아름다움은 가을보다 겨울에 있다. 차가운 미명이 살짝 비추이는 새벽에 장단지까지 푹푹 내리는 눈을 밟고 호숫가에 가닿으면 그 풍경 안에 나는 단순한 점이 되고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지는 미래를 살아본 후 마주 하는 하루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이 신비롭다. 어제 꾼 꿈은 그 풍경이 담긴 사진 하나로 시작되었다. 지인의 SNS에서 그곳을 다녀왔다는 소식에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단지 사진에만 내 시선이 머물게 되었다. 그리 길지 않게 무심.. 2024. 11. 4. 사막비 일을 쉬는 요즘, 집에서 달리 할 일이 없다. 눈을 뜨면 침대에서 오래동안 뒤척이다가 일어나 음악을 듣거나, 티브이를 한참 동안이나 응시하는 일 밖에 없으니 몸이 무력해 지기 마련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아무런 소모함 없이 지내니 이게 나였나 싶다. 전에는 한 시라도 집 안에 있으면 안되는 외향인이었는데 그간 어떤 세월을 지나왔는지 이제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집의 현관을 나가봤자 별 재미도 없이 무서운 일만 벌어진다고 되내이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니 나의 요즘은 고요하고 무해하다. 조금은 지루하고 외로운 것만 빼면 나름 괜찮은 일상이다. 그러다가 그 날은 기운이 쳐져 일어나자마자 멋진 까페를 가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나갈 채비를 했다. 조금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한 시간 내외.. 2024. 10. 25. 사랑하면 먹어버리는 일에 대하여 오래전부터 편지의 효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글은 말보다 더 힘이 좋다. 이는 강하거나 세다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유용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친구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그중 흥미로운 주제가 있었다. 어떤 소설에서 본 내용이라면서, 주인공이 사랑했던 사람이 죽고 그 상대를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머리카락부터 몸을 천천히 먹어나간다는 장면을 보았다는 것이다. - 소설 '향수'도 그러한 쪽이다. - 조금은 섬뜩하지 않은가? 라고도 생각했지만 정작 그 글을 읽을 때는 그것이 이해가 갔었다는 말과 함께 내가 건넨 편지도 그렇게 잘 먹어나가며 기억하겠다고 답장을 주었다. 나는 편지를 쓸 때, 그 사람의 답장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하.. 2024. 10. 11. 의식 의식의 순서 하나,혼자서 안부를 물을 것그리고 난데 없이 중얼거릴 것뭉둑한 초를 켜고 음-음-음- 살덩이들이 흩어져 있고도처에는 모두 당신이기에검붉은 식탁에 잘 차려지게 됩니다 살과 피, 살과 피 오늘도 당신을 먹음으로 다짐하는 마지막 만찬배가 부르다고는 할 수 없기에흩어지는 허밍들 2024. 10. 11. 竹友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 잘 계시지요? 추석 전에 편찬하신 책을 받아보았는데 백수가 무엇이 바빳는지 아무런 기별을 넣지 못하고 있었네요. 무심한 마음을 용서하세요. 많은 목회자들이 있으실 텐데 이 귀중한 책을 저에게 주시다니요. 이 책은 유산같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마치 미뤄둔 숙제를 완성하심에 진심으로 경축드립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부님 되시는 강병주 목사님에 대한 모음이라니 울창한 나무의 뿌리를 보여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연관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역을 쉬고 다시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이민진 작가가 쓴 '파칭코'라는 소설입니다. 그 책은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인데 마찬가지로 그 뿌리가 어떠했는지 지금 누리는 영화가 누구 때문인지에 대해서 묘사한 책을 읽고 있었던 터이기에 목사님께서 주신 책이 반가웠습니다.. 2024. 10. 7.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