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가 고향인 맘 넓은 순옥이 이모는
몇 해 전 구순 어매를 여의었다.
수서에서 바삐 기차를 타고 도착한 목포 장례식에는
전라도 홍애가 나와야 할 판인디
빨판 좋은 실헌 낙지가 나와 사람들이 수근댔다.
어매가 가셨어도 넉살 좋은 순옥이 이모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무 젓가락에 빙빙 돌려 세발 낙지를 생으로 멕이는 것이였다.
"시방 저승으로 가이 보내자는 것이여 머시여!"
괄괄한 아재는 함껏 썽을 내고 돌아서서 나가고
옴싹 옴싹 잘도 먹는 내한테만 두마리씩 돌려 맥였다.
이모와 나와는 막역하기에 한 마디 거들었다.
"이모 맛나긴헌디 왜 이거 주어? 사람들 다 썽내며 가자네...."
"아야 신경쓰지 말어야! 이 먹는다고 암씨롱도 안했싼게 니나 마이 묵고 가그라"
성남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나는 급체를 하였고,
뱃 속이 꾸물거리는 것이 좀만한 낙지 몇 마리들이
나를 어디론가 댕겨가는 듯 한 새벽을 보냈다.
그 후로 이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니 땜시 잘 치뤘다 조만간 싸게 보장게 낙지도 실헌디"
"이모 낙지 이제 그만 먹읍서...탈 나서 이모 엄니 볼 뻔 봤시라"
"그라냐 우리 어매가 겁나게 낙지를 조아혔는디
못 잡수고 가셔서 손님들헌티라도 포지게 멕이고 싶었는디 쪼가 거시기 혔나 보네이~"
그 후 이모랑 한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본 지도 오랜 오늘
점심에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낙지 볶음이 나와 불현듯 이모 생각이 났다.
그 생각에 낙지가 참 매웁고 쓰라렸다.
빨판도 좋지 않은 맥아리 없는 낙지인데,
나를 그 장례식장으로,
그때 이모의 마음 속으로,
나를 다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순옥이 이모는
어디서 또 낙지를 먹으며 울고 있으려나' 라는 생각에
핸드폰만 들었나 놨다하며
마음만 거시기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