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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by noobim 2020. 9. 1.

길을 걷다가
꺾은 꽃 한 송이

매일 새 물을 주어도
시들었던 것이

네가 오면 마르지 않았다

내가 아는 나와
낯선 나를 견디며
길어진 손톱들과

너의 이름을 새긴
수많은 꽃 지방(紙榜)들

가난한 마음으로
웅덩이와 웅덩이 사이를
안아보면

성실한 권태에도
사랑은 이렇듯
물길을 내어 흐르게 하고

고인 아픔은
옥잠화 한 송이로
맑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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