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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로드 킬 - 상상력 노트

by noobim 2023. 2. 13.

로드 킬

 

*

 

  운전을 하다가 언젠가 죽어가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 친 적이 있다.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이라 나 또한 그 아이를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앞섰던 것 같다. 나는 피하지 못하고 깜깜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반사된 그 고양이의 눈을 보았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그 일을 애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필을 잡았다. 내 손가락 안에서 연필은 회전했고 회전하는 연필 끝으로 까마귀가 날아와 빙빙 도는 것이었다. 까마귀는 아까 죽어가는 고양이 위에서 그것이 자신의 먹잇감이라며 영역을 지정하는 듯했고, 나 또한 그 까마귀처럼 고양이를 이용해 겉으로는 애도이지만 속으로는 어떤 시어를 먹어볼까 궁리하는 것이었다. 마치 김기택 시인의 「사진 속의 아프리카 아이 2」에 독수리가 아이의 살점을 노려보는 그것과 같았다.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으니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의 살점을 나누는 동조인이 되었다. 글을 쓴다고 특별하지 않았다. 다만 기억력이 선명해질 뿐. 비극은 시작되었고, 까마귀와 함께 고양이의 부분들을 옮겨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칸칸이 나누어진 빨간 원고지에 나는 고양이의 머리와 머리 그리고 상처 난 모든 몸을 문자로 나누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그 몸의 밀도를 더 모으거나 해체해 놓았다. 창조에 순수한 의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에누마 엘리시의 바벨론 창조 설화처럼 나는 고양이의 몸을 글자로 대입하여 찢고 배열한다. 이것도 마치 고양이의 시신을 수습하여 관에 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기적인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시는 이런 마음을 안다. 그 사이 까마귀도 달아나고 고양이를 원고지에 넣어보지만 좀처럼 잘 배열되지 않아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내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에는 얼마 전부터 키운 고양이 망고가 있다. 그 친구를 데려온 이후로부터는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잠이 잘 왔다. 동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상상들이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망고는 저녁이 되면 항상 내 허리 춤에 궁둥이를 붙이고 나에게 꾹꾹이를 시전하면서 그르릉 거린다. 이게 자기 자려고 하니까 집사도 준비를 하라는 신호이다. 그런데 그 날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왜 그러니? 나는 망고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망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의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을 청하였고 깊은 꿈을 꾸었다. 잠에 들기 전 당신의 고양이가 단 한번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겠어요? 라는 유튜브를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든 것 같다. 그 때문인지 꿈에 망고가 나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 당신이 원고지에 찢어 넣은 그 고양이가 내 엄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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