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계시지요? 추석 전에 편찬하신 책을 받아보았는데 백수가 무엇이 바빳는지 아무런 기별을 넣지 못하고 있었네요. 무심한 마음을 용서하세요.
많은 목회자들이 있으실 텐데 이 귀중한 책을 저에게 주시다니요. 이 책은 유산같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마치 미뤄둔 숙제를 완성하심에 진심으로 경축드립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부님 되시는 강병주 목사님에 대한 모음이라니 울창한 나무의 뿌리를 보여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연관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역을 쉬고 다시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이민진 작가가 쓴 '파칭코'라는 소설입니다. 그 책은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인데 마찬가지로 그 뿌리가 어떠했는지 지금 누리는 영화가 누구 때문인지에 대해서 묘사한 책이을 읽고 있었던 터이기에 목사님께서 주신 책이 반가웠습니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강병주 목사님의 설교집들이었습니다. 살펴보니 힘이 있고 간결하고 잔말이 없었습니다. 또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글이 나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설교문의 문체들을 보다 사뭇 미소짓게 된 것은 연상되는 이미지로 전에 보여주셨던 목사님의 설교 수첩이 떠올라서 였습니다.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저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목사님은 참으로 부자시네요 ^^ 아직도 믿음의 조부님께서 글로 살아서 곁에 계셔 여러 말씀을 주시니 말입니다. 또 설교들을 보면서 글이 집요하게 끝으로 향해 갈수록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하나의 시작을 열어주기도 하는 것이 보이기도 하여 군말이 많았던 제 설교들을 반추해 보기도 했습니다.
한글학자로 활동하신 부분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과 세심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이 한글을 통해 복음이 확장될 수 있도록 빨간줄이 빼곡히 쳐있는 창세기 단편본을 들고 교정하시는 것을 출발로 한글판 개역 성경전서가 이어져 온 사실들을 볼 때 문학을 겸하여 배운 사람으로 저의 배움이 다른 이를 위함이 아닌 나의 감정만을 표현하는 쓸모없음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이 부분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한글날이 다가오기에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인품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없이 모든 사람을 벗으로 삼으며 불의에 대해서는 준엄하고 죄인에 대해서는 벗이었다는 부분과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는 상대가 누구이건 개의치 않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과감하게 사과하는 용기가 있으셨다'는 점에서도 배울 점이었습니다. 아직 햇병아리이지만 목회 생활을 하며, 건강한 권위를 세우는 방법이 정말 무엇일까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알고는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그것이 아닐 때가 있었고, 동안 제가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위가 다를 때가 많았음을 경험하곤 하였기에 그 궁금증은 증폭하였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삶의 방법이 많은 방황 후에 택하신 것이라 한다면 저도 다시 한번 끝까지 밀고 나아가 살아보암직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이 염려하신대로(?) 주신 책이 책장에만 있을 뻔한 것이 마음에 걸려 첫 페이지에 걸음을 떼어보니 소개해 주신 강병주 목사님을 따라 감명깊은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네요. 많은 지점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어 두번째 행적 찾기에도 건필하시기 바라며 脫苦의 기쁨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추신 : 얼마 전 시댁에서 땅콩을 수확했습니다. 모래 땅에서 바다 바람을 맞고 수확한 거라 맛이 좋습니다. 건필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책 주신 주소로 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내일 정도 시댁에서 도착한다고 하니 서울로 보낼 때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4년 10월 가을, 나란히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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