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쉬는 요즘, 집에서 달리 할 일이 없다. 눈을 뜨면 침대에서 오래동안 뒤척이다가 일어나 음악을 듣거나, 티브이를 한참 동안이나 응시하는 일 밖에 없으니 몸이 무력해 지기 마련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아무런 소모함 없이 지내니 이게 나였나 싶다. 전에는 한 시라도 집 안에 있으면 안되는 외향인이었는데 그간 어떤 세월을 지나왔는지 이제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집의 현관을 나가봤자 별 재미도 없이 무서운 일만 벌어진다고 되내이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니 나의 요즘은 고요하고 무해하다. 조금은 지루하고 외로운 것만 빼면 나름 괜찮은 일상이다.
그러다가 그 날은 기운이 쳐져 일어나자마자 멋진 까페를 가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나갈 채비를 했다. 조금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한 시간 내외의 곳이 어디일까 하다가 발견한 멋진 까페가 있었다. 그 까페에 대한 소개는 이러했다.
- 금년 건축대상을 수상한 건물로 사계절 내내 흰 모래 사막을 볼 수 있는 감성 까페!
흰 모래 사막이라... 내키진 않았지만 이동 시간이 50분 정도라 적당하였고, 어디든 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목적지를 이곳으로 정했다. 운전을 하면서 하늘을 보니 무척 흐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로 하늘의 구름이 비를 머금고 있었다.
까페에 도착하여 좋아하는 커피를 시키고, 풍경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를 잡았다. 천천히 살펴보니 그 풍경의 구조를 이러하였다. 유리 창 너머로는 드문 드문 유성과 같은 큰 바위들이 -그 창가의 뷰에 꽉 차지 않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약간 사이드 쪽에 위치하였고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풍화 작용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담아두었는지 흰 모래들이 그 바위 밑에 짓눌려 있었다. 그 모래의 양은 수북하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양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들어갈 수 없도록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미관의 목적 겸 시간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과 같이 물줄기를 내어 그 풍경의 둘레에 흐르게 해두었다.
-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의 규칙이지?
책을 읽어도 그 누군가가 세워둔 규칙이 거슬려서 자꾸만 책을 읽다가 다시금 문장의 처음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차에 사막의 풍경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들어갈 수 없음의 표지판을 내 눈에서 음소거시키는 기행을 반복하니 내 혼은 건너의 풍경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는 우둑한 나목 - 裸木, 잎이 없고 가지만 앙상한 형태의 나무 - 의 형태로 말이다.
비에 젖은 모래에 박힌 내 몸체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고, 빠져나가려 안간 힘을 쓰는 동안 또 다른 나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실내의 조명등으로 유리 창에 반사되어 비가 내리는 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사막에 내리는 비라니....
유리 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누구인지 모른 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생경했고, 이윽고 건너의 나는 책의 문장으로 다시금 눈동자의 길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내 몸은 돌과 같이 굳어갔다. 그 문장을 반복하며 읽을 수록 모래에 더욱 깊이 박혀 경도와 무게가 더해짐을 느꼈기에 이제는 이러한 나의 상태를 체념하게 되었다.
- '규화목(硅化木)은 식물이나 나무가 화석화 되어 생장의 모습이 남아있는 특별한 유형이다. 이것은 수 억년 전 화산 폭발과 지각변동에 의해 광물질을 함유한 규토들이 나무에 스미어 늪지대, 진흙이 많은 갯벌, 습지나 화산재, 모래 등에 빠르게 묻히면 나무의 성분을 광물이 대체해서 규화목이 된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그쳤는데 사막에 비는 계속 내리고, 밤이 깊어 창가에 반영된 나는 보이지 않았다.
-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희미한 빛을 기대어 자세히 보려고 창을 향하여 눈을 찌뿌리니 나의 모습 뿐 아니라 주변에서 커피를 즐기던 뭇 사람들이 사라지고 지면에는 몇 개의 바위와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빗물의 양으로 내 몸은 깊이 박혀졌기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관과 매우 지면이 가까워지고 비에 젖은 모래들은 말했다.
- 나는 아주 오래 전 너였어. 그리고 너는 나와 같이 될 예정이야. 수억 년 전부터 말이지.
이 말로 나는 이 까페가 금년에 지어 수상한 신상 까페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내일 혹은 수억 년 뒤에 또 문을 열겠구나. 그러한 생각에 나는 풍화되고 있었다. 모래가 될 때 나는 너를 만나겠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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