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가게에 간 일이 있었다.
대학원 때,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면 인사동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바닥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이야기를 지녔음에도 그것들은 자신의 몸 어딘가에 숨기어 침묵하고
주인을 찾으려고 안 간 힘을 쓰는 것도 아니라서 더 눈이 갔던 것 같다.
결혼 후, 다시 찾은 골동품 가게에 간 이유는
외할머니 유품으로 수제 조각보를 받고 나서
너무 복받쳐 오르는 마음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늘상, 나에게 말하기를
'저 손녀년이 시집이나 갈려나 모르것다.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을랑가....'
그렇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다가
내가 결혼한 후 3개월 만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조각보란 슬픔의 근원이었다.
그런 연유로 문제의 그 물건을 팔려다가
단 돈 만원이라는 사장님에 말에 손사래를 치고는
그 골동품들 앞에 쪼그려 앉아
나는 한참 동안이나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 같다.
일어나 보니 할머니는 내 손 안에서 구겨져 있었다.
안 그래도 살아생전 주름살이 많으셨는데
내가 속상해하니 주름이 더 늘어난 것이 아닐까?
집으로 돌아와
조각보를 깨끗이 빨고 다리미로 곧게 다려 볕이 드는 곳에 잘 말려 놓으니
나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왔다.
'아이고, 우리 할미 새색시 같으네 다시 시집가도 좋겠다!'
이때껏 지나온 당신의 인생을 손녀에게 이야기하고 싶으셨을까.
조각조각 물들인 천들이 빛으로 나의 얼굴 위에 누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