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 시인의 시간 에세이인 <<액체 상태의 사랑>>의 247쪽에 나온
2022년 2월 22일의 일기는 연덕 시인이 정읍에 내려와 나와 지내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정읍에서 마련한 낭독회 일정을 마치고
그녀를 차에 태워 하룻밤 지낼 생각이었다.
교회 마당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에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싸락 싸락 눈이 왔다.
나는 눈이 오는 차안에서 그녀에게
'봄눈이네요. 봄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새계절이 오기 직전에 내리는 눈이니까요.' 라고 했다
가로등 빛에 무너져 내리는 눈을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즐기고
집에 돌아와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실은 그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단다.
그 말을 하자마자 봄눈을 머금었던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
액체 상태의 무결한 사랑이 내렸다.
나도 그녀와 함께 울고 싶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숨김없이 내게 다가와 주었기에..
한참이나 나이 많은 나를 본인의 소중한 글에서 친구라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늦봄
새계절이 또 오고 간다.
그녀가 행복하기를
교회 창 밖으로 그때의 봄눈이 아직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