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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서툰 시 - 은사님 퇴임 문집에 수록된 에피소드와 축시 중학교 2학년, 방과 후 문학반 수업 때였다. 태풍이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유독 바람이 휘몰아쳤다. 학교 운동장 은사시나무가 실연한 여인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고,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었는데, 선생님은 한참 동안 말없이 창가에서 바깥 풍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툭 내뱉으시는 한 마디. - "시다! 이게 시야!" 그 문장을 발음하셨을 때의 어투와 뉘앙스.....그 삐딱한 멋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5살, 어린 소녀에게 시가 처음으로 찾아온 날이었다. 그러다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나는 점점 시를 잊은 사람이 되었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잊은 채 어딘가 삐딱한 목사가 되었다.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문득 선생님.. 2023. 2. 11.
일기 20230130 동묘에 갔다 14년 지기 친구와 함께 그 친구는 소아 당뇨로 몸이 아픈데도 언제든 전화하면 나를 받아주는 이다. 이 친구가 좋다기 보다 변치 않고 옆에 있으니 함께인 거다 절대 먼저 전화하지 않지만 한결 같음을 유지해 데리고 다닌다ㅎㅎ(부모님에게도 먼저 전화하지 않는다니 말 다함ㅎ) 동묘와 그 친구는 닮아있어 오래된 취미로 lp도 새로이 구입하게 되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취미 그리고 동묘가 참으로 어울리는 날이었다 2023. 1. 30.
스노우 볼 해변에서 검은개와 원반을 던지는 사람 리듬을 맞추며 함께 춤을 추고 아무도 모르게 투명한 공 안에 이 풍경을 훔친다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음으로 내리는 폭설 어지러움 속 아름다움이었다. 2023. 1. 24.
기독교장로회 총회 기고문 부족한 글이지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 11. 19.
총회 회보 기고문-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 기장총회 22-9,10월 회보 기고글 부족한 글이지만 내 말로 정리할 수 있는 것에 감사! 2022. 10. 13.
건망증 깨어보니 검은 나팔꽃 안 이었다 축축하고 좁은 틈에서 이리 저리 불룩 불룩거리며 작은 물방울로 물방울이 점점 여러 갈래의 가지를 낼 동안 꽃은 때때로 물컹거리는 과육에 자신의 발이 푹푹 빠지는 꿈을 꾸고 가지 위에는 무엇인가를 움켜진 구렁이가 있었다고 엄마가 후루츠 통조림을 뜯을 때 하는 되풀이 - 첫 아이가 나올 때 와르르 복숭아 향이 났다니까요 배가 불룩 불룩거려서 아들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아들 같은 딸이에요 어릴 때 서서 오줌 누는 시늉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줌마는 이름이 뭐예요? 우리 딸하고 많이 닮았네 매일 밤 같은 노래를 부르는 엄마를 재워놓고 집에 돌아오는 길 기울어진 운동장 벤치에서 유년 시절 내내 홀로 있던 한 아이가 도무지 치마는 입기 싫고 짧은 머리에 공놀이만 좋아하는 아이가 가만히.. 202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