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예요
사랑이라는 단어와 사랑이 아닌 단어를 고르는 일도
윗입술이 짧아 닿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잘 때는
낙타처럼 말아 올려 입술에 침을 묻힙니다
엄지와 검지로 인중을 아래쪽으로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요
어릴 적 좋아하는 감자를 위해
피글렛 인형을 선물하고 배꼽티를 입었는데
허벌렁 배가 나오니까 달아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 계절에는 끝까지
포도주를 마셔보았지요
여우처럼 와인 잔을 감아 뭉뚝한 꼬리로
아직 익지 않은 신맛을 맛볼 때마다
자주색으로 물들여진 잉어가 입에서 미끌어졌어요
거친 혀들이
역할을 잃어버린 채로 허공을 가르며
랄랄 롤롤 룰룰 럴럴
모스부호로 끊어진 혓바닥의 노래 소리가 들리던가요
아무도 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여러 개의 나를 주워 코러스 하려고요.
시작 노트
수정하려던 시 중에 아예 손을 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새로 쓰게 되었다. 한 학기 동안의 심정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시를 쓰면 쓸수록 점점 콤플렉스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단어와 단어를 고르고 구분하는 일이, 대상과 나의 거리를 조절하는 일이 숙련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시가 써지지 않는다고 단정하며 자아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윗입술이 짧아서 스피치가 잘되지 않는 것이 태생적으로 타고난 콤플렉스이라 핑계를 대듯, 시를 쓰는 것을 연마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남들이 쓴 시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또한 시를 쓸 때 나를 대면하면서 솔직하게 써 내려가야 하는데 잘 보이려는 욕심과 치장하는 것에 치중하니까 시 안에서 숨어있던 뭉뚝한 단점들이 더 돋아나는 경우들이 허다했다. 그래도 이번 계절에는 잘 익지 않은 신포도주라도 끝까지 마셔보자는 마음으로 시를 써봤다.
여전히 분절된 단어와 문장들이 시에서 너덜거렸다. 그것을 발음하는 혀들은 숙련되지 못하고 역할을 잃어버린 채로 모스부호와 같이 되었지만, 그냥 방치시키면 아무도 이 문장들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 조각 흩어진 문장과 시어들을 이어 언젠가는 이어 붙여서 울림을 주는 쓸모 있는 것으로 단련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