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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깨어보니 검은 나팔꽃 안 이었다 축축하고 좁은 틈에서 이리 저리 불룩 불룩거리며 작은 물방울로 물방울이 점점 여러 갈래의 가지를 낼 동안 꽃은 때때로 물컹거리는 과육에 자신의 발이 푹푹 빠지는 꿈을 꾸고 가지 위에는 무엇인가를 움켜진 구렁이가 있었다고 엄마가 후루츠 통조림을 뜯을 때 하는 되풀이 - 첫 아이가 나올 때 와르르 복숭아 향이 났다니까요 배가 불룩 불룩거려서 아들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아들 같은 딸이에요 어릴 때 서서 오줌 누는 시늉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줌마는 이름이 뭐예요? 우리 딸하고 많이 닮았네 매일 밤 같은 노래를 부르는 엄마를 재워놓고 집에 돌아오는 길 기울어진 운동장 벤치에서 유년 시절 내내 홀로 있던 한 아이가 도무지 치마는 입기 싫고 짧은 머리에 공놀이만 좋아하는 아이가 가만히.. 2022. 10. 4.
소설연습-엔딩장면💕 - "이 숲 끝에 누가 왔으면 좋겠어?" 경진이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이 그리워했고 사랑하던 이들을 머릿 속에서 저 길 끝에 차례 차례 세워 놓아봤다. 그들은 그녀가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사람들이었다. 이 길로 그들이 온다면 좋겠다. 내가 그리도 사랑하던 이들이 하나 하나씩 내게 온다면... 그녀는 그렇게 한참 생각하다가 생경한 풍경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 '왜 그들을 생각할 때 이 숲과 어울리지 않지?' 경진은 다시 눈을 비벼 뜨고 숲의 끝에서 누가 걸어나오면 어울릴지를 생각했다. -중략- 무엇인가 알아 챈 경진이는 인희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 응, 저 숲의 끝에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왔으면 좋겠어.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와 오롯이 환한 내가 나를 안아주러 말이야. 바람이 불고 바짝 마른 숲 너머.. 2022. 6. 29.
220602 일기 새벽예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차를 돌려 내장산으로 향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산으로 향하는 길은 엄마에게 달려가는 길 같아서 좋다. 능선과 능선을 따라 눈길을 내면, 바람이 일랑이고 그 소리에 놓이는 마음들..... 특별히 오늘은 내장호수의 윤슬을 보고 싶었다. 반짝이는 은은한 일을 배우러 말이다. 초록 고양이 등 사이 흰 분필로 깊은 선을 그어 나가듯, 아주 천천히 차를 몰고 나는 더욱 우거진 산으로 향한다. 고양이 털 속 아무도 모르는 곳에 다다르면 청단풍 마을이 나오는데 창문을 내려보면 계절을 새로 내느라 파랗게 부은 손가락들이 겹겹히 쌓여져 있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손들을 느끼게 된다. '나도 너희처럼 새 계절을 낼 수 있을까?' 내장호에 다다르고 어제 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2022. 6. 2.
김연덕 , <<액체 상태의 사랑>>의 247쪽 김연덕 시인의 시간 에세이인 의 247쪽에 나온 2022년 2월 22일의 일기는 연덕 시인이 정읍에 내려와 나와 지내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정읍에서 마련한 낭독회 일정을 마치고 그녀를 차에 태워 하룻밤 지낼 생각이었다. 교회 마당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에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싸락 싸락 눈이 왔다. 나는 눈이 오는 차안에서 그녀에게 '봄눈이네요. 봄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새계절이 오기 직전에 내리는 눈이니까요.' 라고 했다 가로등 빛에 무너져 내리는 눈을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즐기고 집에 돌아와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실은 그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단다. 그 말을 하자마자 봄눈을 머금었던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 액체 상태의 무결한 사랑이 내렸다. 나도 그.. 2022. 5. 14.
착각 새벽 싸늘한 능선에 눈길을 준다. 능선의 시작점과 끝점을 이으니 새파란 초록 고양이의 등 허리였다. 길들이는 바람 그 바람이 고양이의 등 허리를 다독인다. 살면서 살아오면서 애써 다정한 눈길을 내어주고 받는 사람들이 있다.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고 이내 있으면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다독이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힘이 생기곤 했다. 한번 들리라는 말에 기력없는 몸을 이끌고 가볍게 커피 한잔하러 먼 길을 돌아갔다 기쁘고 기꺼운 맘이었으나 그게 당연한 일은 아니지 않나.. 약속을 지키는 일말이다.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정말 최악이다. 어느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주지 않아서 어디에도 이야기도 못해서 끙끙 거린다는 걸. 그러다 만만해 보이는 나에게 감정 처리 돌려서 해버리는 걸... 모를 거.. 2022. 5. 12.
벌거벗은 아이 벌거벗은 아이 - 사무엘상 2:18~21 이 시간 하나님의 말씀을 대면하기 위하여 2부 예배에 오신 우리 성도님들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무엘상 말씀 서두에는 두 가정의 아들들이 나옵니다. 이 두 가정의 아들들은 누구입니까? 바로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 홉니와 비느아스 그리고 한나의 아들인 사무엘이 나오게 되는데요. 이 두 가정의 부모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마포 에봇’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먼저 사무엘상 2장 19절입니다. 한나와 사무엘의 이야기네요. 봉독합니다. 그의 어머니가 매년 드리는 제사를 드리러 그의 남편과 함께 올라갈 때마다 작은 겉옷을 지어다가 그에게 주었더니 여기서 작은 겉옷은 18절에 말하는 바와 같이 세마포 에봇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 2022.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