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9 회귀의 일상 회귀의 일상 1. 불귀천 나는 그 해 서른 다섯 해 를 살았고, 그 만큼의 후회와 더러는 많은 이를 그리워했다. 빠른 시간을 사는 동안에는 그 그리움과 후회가 지나가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졌으나여전히 아직 그곳에 남아 있었다. 그러한 날들 가운데 사람들은 빠르게 전진하며 하루를 사는 것처럼 보여졌지만,달리 보면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회귀의 과정들이다. 생(生)과 사(死)가, 사(死)와 생(生)이 공존하는 나와 너의 하루를 가만히 바라보라. 시계가 돌아간다바퀴가 돌아간다집으로 돌아간다잠자리로 돌아간다혹은 누군가가 다시 돌아가다 결국 이러한 돌아감의 하루이다. 이러한 회귀의 한 토막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 본 적이 있다. 잠을 자고 그 아침이 다시 돌아왔고쥬스 믹서기의 악갱이들이 모터를 통해 .. 2020. 1. 14. 거시기 목포가 고향인 맘 넓은 순옥이 이모는 몇 해 전 구순 어매를 여의었다. 수서에서 바삐 기차를 타고 도착한 목포 장례식에는 전라도 홍애가 나와야 할 판인디 빨판 좋은 실헌 낙지가 나와 사람들이 수근댔다. 어매가 가셨어도 넉살 좋은 순옥이 이모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무 젓가락에 빙빙 돌려 세발 낙지를 생으로 멕이는 것이였다. "시방 저승으로 가이 보내자는 것이여 머시여!" 괄괄한 아재는 함껏 썽을 내고 돌아서서 나가고 옴싹 옴싹 잘도 먹는 내한테만 두마리씩 돌려 맥였다. 이모와 나와는 막역하기에 한 마디 거들었다. "이모 맛나긴헌디 왜 이거 주어? 사람들 다 썽내며 가자네...." "아야 신경쓰지 말어야! 이 먹는다고 암씨롱도 안했싼게 니나 마이 묵고 가그라" 성남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나는 급체를 하였.. 2020. 1. 14. 量(헤아릴 량) 量(헤아릴 량) 이 세상의 헤아림은 모두 슬퍼요 헤아린다는 것 내가 당신이 된다는 것 당신의 슬픔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는 것 그 깊은 바다에 빠져 당신의 짠물을 마시는 것 그것은 불현듯 아파요 목련이 질 때를 생각해봐요 지는 목련 같은 당신의 눈물을 헤아려봐요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는 아무런 생각 없이 살다가 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 그 목련 꽃이 사라지고 나서야 바람 드나드는 곳을 보고는 홀로 울컥거려지는 그것이 헤아림이지요 여우도 그 꽃을 보고 목이 긴 장 닭 곁에 서성거리다가 다시 산으로 터벅터벅 돌아갔답니다 나도 당신을 헤아려 봅니다 함부로 살 수 없는 오늘 불현듯 슬프고 아프니 머리 우에는 바람이 붑니다 2019. 10. 15. 그 날의 이야기 그 날의 이야기 살아온 날들 속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날이 있다. 나 또한 여러 날이 있지만 9월 20일이 그러한 날이다. 그러니까 2년쯤 되었을까. 이날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다시 살게 된 날이라 그렇다. 그 날 이후로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일,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일과 잠을 자고 눈을 뜨는 일들의 사소함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기적인 오늘의 하루라는 표현은 나에게 감성을 떼어낸 극사실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이 하루 속에 사는 나는 부족할지라도, 이 하루는 나에게 함부로 살 수 없는 오늘이다. 그 당시, 나는 주말에는 목회 일을 그리고 주중에는 노인 복지 일을 했었다. - 그렇다고 특별한 마음가짐 이런 것은 없었고 그냥 일이 있으니 해야 했다 – 겹벌이를 하며 공휴일.. 2019. 10. 14. 꽃이 되다 2019. 10. 14. 나의 친애하는 적 나의 적. 나의 원수. 내 아버지는 중학교 때부터 얼마 전까지도 나에겐 그런 의미였다. 사람들이 보았을 때 아버지는 완벽했다. 나쁘지 않은 직장과 지위 그리고 호남형 이미지에 스마트함까지. 그런 탓에 완벽주의자였다. 나주 시골 골짜기 오룡골에서 공부 잘해 돈 잘 버는 잘생긴 차남하면 다 아버지로 알아봤으니까. 그런 그가 나의 적 나의 원수가 된 이유는 아니, 서로의 적이였던 것은 첫째 딸이 본인의 계획과 기대와는 정 다른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 그로 인해 나는 딸이 아닌 아들처럼 맞고 자랐다. 또 성격이 옳은 건 옳다하고 아닌 건 곧 죽어도 아닌 탓에 덜 맞을 매도 얹어서 더 맞고 자랐다. 지금 생각하면 오기로 버틴 날들이다. 하라는 공부 소리에 2층 집에서 아버지 몰래 가방 던져 가출한 다음 교회 수.. 2019. 10. 12. 이전 1 ···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