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0 붉은 실 마음을 다한 공터를 응시하는 버릇 너에게 준 심장은 사라질까 나무들은 이파리를 떨굴 때 진심이 되고 언 강의 초록 물고기가 그것을 받아 몸에 감는다 천둥벌거숭이 천둥벌거숭이 또 하나의 태초 나의 애린 살을 휘감아 오는 깊고 낯선 꿈들 '있잖아 꿈 속에서 비에 젖은 흰 나비가 날지 못하고 땅 바닥에 붙어 있는데 다른 흰 나비가 그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었어' 심장이 뛰고 잠에서 깨면 너는 어떤 계절이 되어 돌아올까 박동 속에서 뛰쳐나온 붉은 실들이 나의 몸뚱아리를 뜨겁게 감싼다 2021. 10. 2. 마음의 날씨 인간관계 가운데에서 온도 차이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나에게는 관심이 없고 내가 별로 관심이 가지도 않는데 어떤 이는 나에게 애정을 쏟는 열대우림 기후같은 머피의 법칙은 항상 우리의 곁에 있기 마련인데 이것들이 하루 하루의 마음 날씨를 결정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밝고 또 어떤 날은 춥고 또 어떤 날은 따뜻한 날씨들. 동안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다 타인들의 것 늘 멀미가 났고, 나는 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내가 입지 않아도 되는 옷들을 입어야 했다. 잘 보이려고 더운데 긴팔 입어야 했고 추운데 민소매 티를 입어야 하는 나날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하다 보면 이윽고 다 얼어붓는다. 나도, 상대도 말이다. 그래서 결심한 일 내가 나의 날.. 2021. 9. 29. 기억하시는 하나님 기억하시는 하나님 이사야 49장 14절~21절 14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 15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16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17 네 자녀들은 빨리 걸으며 너를 헐며 너를 황폐하게 하던 자들은 너를 떠나가리라 18 네 눈을 들어 사방을 보라 그들이 다 모여 네게로 오느니라 나 여호와가 이르노라 내가 나의 삶으로 맹세하노니 네가 반드시 그 모든 무리를 장식처럼 몸에 차며 그것을 띠기를 신부처럼 할 것이라 19 이는 네 황폐하고 적막한 곳들과 네 파멸을 당하였던 땅이 이제는 주민이 많아 좁.. 2021. 9. 12. 최지은,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리뷰 아픔을 안고 태어나는 계절 - 최지은,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를 읽고……. 이 시집 속 화자 가운데 중요한 이미지를 하나 꼽자면, 물의 이미지라고 말하고 싶다. 더욱이 흘러가는 물이 아닌 시집 속 (「전주」)에서처럼 웅덩이에 고인 물의 이미지이다. 그녀는 이 웅덩이 속에 자신의 비밀스러운 아픔을 저장하고 있다. 시인은 ‘젖은 그림’(「기록」)과 같은 시어들을 부유하게 하여 ‘따로 붙어 있는 다른 계절’(「전주」)을 새롭게 태어나도록 한다. 깊고 깊은 웅덩이 속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그녀의 무의식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작품에서는 이것을 ‘꿈’ 또는 ‘꿈속’이라고도 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녀는 자신이 필연적으로 지나온 세계에서 ‘듣고 싶은 말이 들릴 때까지 시를 쓰고’(「창.. 2021. 9. 11. 백야 자작나무 숲 사이 연보랏빛 사슴이 차갑게 숨을 헐떡이고 새들의 날개가 회색의 재로 날리는 저녁 빛을 빛이라 부르지 않고 밤이라 부르는 그런 날들 속에서 흰 파편이 내리고 우리는 눈을 감지 못해 심장을 잃어버렸지 어디선가 영원의 조각을 숨기고 있는 카이*야 나는 무엇으로 너를 찾을 수 있을까 파편들을 모아도 뭉쳐지지 않는 말들을 생각하면 선홍빛 핏자국이 투명한 이마 사이에 돋아나고 끝이 없는 저녁, 선잠 같은 오로라가 아득히 너를 스치며 지나간다. * 안데르센, 눈의 여왕 속 인물 2021. 9. 4. 네모 앞에서 2021. 9. 2. 이전 1 ··· 3 4 5 6 7 8 9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