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9 이야기 숲 나무에 기대어 서면 이끼로 재가 그어지고 이마에는 어떠한 자국이 남습니다. 흙으로 시작되고 어느 날 끝이 되어 흩어진다며 잊지 말라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자신의 이파리로 반함(飯含)을 써주는 나무들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나는 노래하고 그 중 빨간 것을 주어 갈피로 엮어보면 이야기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 처음은 이파리를 들고 숲을 건너간 당신의 안부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2021. 8. 13. 기다림의 유익 - 이사야서 30장 15절~18절 15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 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고 16 이르기를 아니라 우리가 말 타고 도망하리라 하였으므로 너희가 도망할 것이요 또 이르기를 우리가 빠른 짐승을 타리라 하 였으므로 너희를 쫓는 자들이 빠르리니 17 한 사람이 꾸짖은즉 천 사람이 도망하겠고 다섯이 꾸짖은즉 너희가 다 도망하고 너희 남은 자는 겨우 산 꼭대기의 깃대 같겠고 산마루 위의 기치 같으리라 하셨느니라 18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정의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 2021. 8. 13. 기억의 기록법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래전 인연들을 찾는 버릇이 있다. 지금보다 옛날을 추억하고 싶은 욕망과 현실이 조금 힘들 때 먹는 통증약과 같은 버릇이다. 그런 인연들을 찾아 나선 모험은 대개 감정 소모로 끝이 난다. 시작도 그러하다. 어렸을 때 알았던 동창들은 잘 살고 있는지? 지금 어디에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에 대해서 화두를 던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핑퐁이 잘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는 대화가 끊기지 않고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만나기 전 예상 문제와 같은 질문을 준비해 간다. 너무 예민한가 싶다가도 질문의 차례와 순서를 정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가운데 옛날 일을 회상하며 확인하면 삐그덕 거리는 지점이 있다. 서로의 고개는 갸우뚱으로 간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확.. 2021. 8. 13. 새가정사 8월호 기재, 페미니즘 문학소개-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1. 들어가며 2016년 발표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의 출산과 교육, 취업, 결혼의 전 과정을 통해 한 여성이 가정과 직장 내에서 겪어야 하는 불공정과 차별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학이라는 것은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이기에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현대 페미니즘의 의미와 방향성을 되짚어 소개하고자 한다. 2. 견고한 성 역할과 불평등 작품 속 주인공인 김지영은 작은 홍보대행사에 다니다가 출산과 동시에 퇴사한 34세 주부이며, IT 계열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 유치원을 다니는 딸과 함께 산다.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주말에도 가끔 일을 나가고 김지영은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지영에게 해리 장애가 나타나고, 작가는 억압.. 2021. 8. 6. 모더니즘과 정지용의 초기 시 세계- 정지용 문학관을 다녀와서 1. 들어가며 발제를 위해 정지용의 작품들과 그에 관한 논문을 보다가 이렇다 할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였다. 봄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지 마음은 울렁거렸고 드글거리는 활자들이 나의 눈을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좋은 수가 없을까를 생각했다.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핑곗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정지용 문학관’이 생각났다. 곧바로 운전대를 잡고 문학관이 있는 그의 고향 옥천으로 향하였다. 평일의 문학관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코로나 시기에 더욱 안전한 연구 현장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문학 기행을 서둘렀다. 책 한 권을 들고 한 시간 반 정도를 내리 달려 도착하여 보니 예상대로 사람은 없었으며, 문을 열어보니, 정지용의 마네킹만이 그의 작품 「카페 · 프란스」에서 처럼 『꾿 이브닝.. 2021. 4. 29. ‘근원적 시 쓰기’를 통한 백석의 현실 인식 연구- 『사슴』 이후 작품을 중심으로 1. 서론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백석은 『사슴』 이전의 시들은 절제되고 묘사에 치중했다고 한다면, 이후의 시들은 그것을 넘는 ‘근원적 존재를 찾아가는 시 쓰기’에 치중하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에 살면서 그것을 바라보며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여행을 통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국수」)을 주요 소재로 삼아 그 당시 허물어지고 피폐해진 공동체의 모습을 살뜰히 찾아 준다. 그는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힌 바람벽이 있어」) 식민지의 피지배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제한된 자아로서의 삶에서 저항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며 살아갔다. 또한, 빼앗긴 들에서 방랑하며 자신을 여행객으로 자처하여 음식, 고향, 타지에서 만난 사람들 등의 소재.. 2021. 4. 29. 이전 1 ··· 5 6 7 8 9 10 11 ··· 14 다음